시화

讀剪燈 4, 관료 사회의 부패를 질타하는 令狐譔의 박력

검하객 2018. 3. 31. 18:06

 

    令狐譔은 강직한 선비이다. 귀신을 믿지 않았으며 언행이 거침이 없었다. 누가 귀신이나 저승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 큰소리로 말허리를 꺾어버렸다이웃에 烏老란 악행을 일삼는 큰 부자가 살았는데, 병으로 죽었다가 사흘 만에 깨어났다. 가족들이  불사를 크게 열고 거액의 楮幣를 태워 저승 관리들을 흡족하게  한 덕분이었다. 이 말을 들은 令狐譔은 치미는 분기를 참지 못하고 말했다. “세상의 탐관오리들이 법을 농단하여 재물을 거두고, 부자들은 뇌물을 받아 재산을 불리고 가난한 이들은 잘못도 없이 죄를 받는다고 생각했는데, 저승이 더할 줄 어찌 알았으랴! 始吾謂, 世間貪官汙吏, 受財曲法, 富者納賄而得全, 貧者無貲而抵罪, 豈意冥府乃更甚焉!” 이어 시 한 수를 지었다.

 

돈 있으면 죽었다가 되살아오고             一陌金錢便返魂

공사 간에 통하지 않는 게 없네             公私隨處可通門

귀신도 덕이 있어 살길을 열어주나        鬼神有德開生路

일월도 엎어진 사발 비출 빛은 없어라    日月無光照覆盆

가난한 자 어떻게 불력을 얻으리요        貧者何緣蒙佛力

부자는 하늘 은혜 받기 쉬운데              富家容易受天恩

선악에 응보 없음 알았더라면               早知善惡都無報

쌓은 황금 자손에게 물려줄 것을           多積黃金遺子孫

 

이 시가 빌미가 되어 며칠 뒤 鬼使에게 잡혀 地府로 끌려갔다犁舌獄행을 선고 받았지만, 난간을 부여잡고 무죄를 주장했다. 붓과 종이를 주고 자기 죄를 공술하게 했다. 이에 영혼선은 도처에서 信佛을 숭앙하는 인간의 풍속을 먼저 기술하고, 응보가 온당해야만  '道之至公, 法之至嚴'이라는 취지에 맞는다고 했다. 하지만 威令의 所行은 '前瞻後仰'(확인)이요, 聰明이 미치는 바는 '小察大遺'인지라, 가난한 자는 감옥에 들어가 재앙을 받고, 부자는 경전 통이나 돌려 죄를 면하니, 걸리느니 화살 맞은 새 정도요, 배도 삼킨 거대한 물고기는 모두 놓치고 마니, 상벌의 원칙이 어그러졌다고 주장하며, 선처를 바랐다. 

이를 본 염왕은 무죄 방면을 명하고, 烏老를 다시 잡아다가 감옥에 가두도록 했다. 두 사신의 안내를 받아 지옥을 구경하고 집에 이르렀다. 영호선이 사자를 돌아보며 예까지 오셨는데 보답할 게 없소 그려.” 두 사신이 웃으며 말했다. “보답은 안 바라니 괜한 시로 귀찮게나 마시우!” 도 크게 웃었다. 기지개를 켜며 깨자 한바탕 꿈이었다. 새벽이 되어 이웃집에 가보니 烏老가 간밤 삼경에 죽었다고 했다.

 

저승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당대의 관료사회를 겨냥하고 있으면서 곁으로 종교 집단도 표적으로 삼았다. "부자들은 잘못을 저지르면서도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들은 죄도 없이 벌을 받는다." 간추리면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된다. 영호선은 이 말을 두 차례나 반복했다. 오로가 살아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또 지부에서 작성한 공술서 안에서. <令狐生冥夢錄>은 전등신화에서 가장 사회 의식이 높은 작품이고, 영호선은 보기 드물게 위선적이지 않으면서 박력은 넘치는 儒者 인물이다. 한 사회의 부패 지수는 관료와 뇌물의 밀착도에 의해 결정된다. 이 문제를 잘 다루고 있는 텍스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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