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

讀剪燈 6,뱀에 다리를 그리다

검하객 2018. 4. 8. 20:57


牡丹燈記

 

경자년(1360) 대보름날 明州 (寧波) 鎮明嶺 아래, 상처한 지 얼마 안 된 喬生이 문앞에서 사람들을 구경하다가,  쌍두 모란등을 든 갈래머리 소녀가 앞장서고 그 뒤에 17,8세 된 한 미인이 따라가는 모양을 보고, 교생이 자기도 모르게 마음이 끌려 따라갔다. 여인도 마다하지 않아, 두 사람은 교생의 집으로 가 한껏 환락을 맛보았다여인은 예전 奉化(지금의 寧波市 奉化區) 州判의 딸로 이름이 符淑芳이었다. 시녀는 金蓮이라고 했다. 호수 서쪽에 살고 있다고 했다. 이로부터 여인은 저녁이면 찾아와 날이 밝으면 돌아갔다. 이상하게 여긴 이웃집 노인이 벽 틈으로 보니, 교생이 분장한 해골과 등불 아래 앉아 있었다. 이튿날 그 사실을 말해주었다. 노인의 충고를 듣고 호수 서쪽을 탐문하다가, 湖心寺의 한 구석 방에서 旅櫬을 발견했다관에는 백지 위에 故奉化符州判女麗卿之柩라 씌어져 있었고, 그 앞에는 쌍두 모란등을 걸어놓았다. 등 아래 부장용 계집종 인형을 세워놓았는데 그 등에 金蓮이라고 씌어져 있었다. 교생은 온몸의 털이 솟구치고 식은땀을 흘리면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아났다玄妙觀 魏法師의 도움으로 여인이 찾아오는 걸 막을 수 있었다. 한 달 여쯤 지나 벗을 만나러 袞繡橋[gǔnxiùqiáo] 에 갔다가 돌아올 때 술에 잔뜩 취해 법사의 경고를 잊고는 호심사 길에 접어들었다. 절문 앞에 이르자 여인이 나타나 교생을 깊이 원망하면서 그의 손을 잡고 관 안으로 들어갔다. 관 뚜껑이 닫히고 교생은 그 안에서 죽었다. 이웃 노인이 수소문 끝에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 호심사 주지로부터 위숙방의 관이 여기 있게 된 사연을 들었다. 이에 두 사람의 시신을 서문 밖에 묻어주었다. 이로부터 음산한 날이면 세 사람이 함께 나타났고, 이를 본 사람은 한기와 발열에 시달렸는데, 후하게 천도제를 지내면 나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일어나지 못했다.


그야말로 등골이 오싹해지는 이야기다. 의문과 경이가 남고, 공포와 혼란이 발생한다. 이 뒤는 마을 사람들의 부탁을 받고   四明山 鐵冠道人이 내려와 세 사람을 잡아 심문하고, 공술을 받고, 판결하는 이야기다. 철관도인은 세 사람을 지옥에 가두라고 명한다. 셋은 죄를 부인하다가 피투성이가 되도로 매를 맞으며 비참하게 끌려간다. 원나라 말기는 도교가 정치에 깊이 간여하여 영향력을 행사할 만큼 위상이 높았다. 그런 도교를 내세운 교훈 의식의 과잉, 철관도인의 압도적 위력과 판결 아래 세 인물의 기이한 사연이 묻혀버리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