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역사문화유산 避暑山莊外八廟 觀賞手冊>, 열하 피서산장 및 외팔묘 관람의 키포인트, 대략 이런 의미를 지닌 책이다. 2002년 新疆大學出版社에서 나왔고, 主編은 張愛萍과 張紹興, 撰著는 李月明이다. 주편과 찬저의 차이는 뭔지 모르겠다. 그간 승덕을 서너 차례 방문했는데 언제 사둔 책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승덕에 도착한 다음날인 2일 새벽 잠깐 책을 펼쳤다. 1장의 제목은 '避暑山莊說"避暑", 名爲避暑 實蘊深意'이다. 풀면 '피서산장은 피서를 내세우니, 이름은 피서지만 깊은 뜻을 감추고 있다' 정도이다. 본문의 세 번째 문장은 이러하다. "건륭 시기 피서산장을 방문했던 조선의 학자 박지원은 그 비밀을 이렇게 말했다. [熱河乃長城外荒僻之地也, 天子何苦而居此塞裔荒僻之地乎. 名爲避暑, 而其實天子身自備邊.]" 열하일기, 황교문답의 나오는 내용이다. 그 다음 문장은 이러하다. [그의 제자였던 유득공 또한 그 의미를 깊이 깨달았으니 이렇게 말했다. "竊觀熱河形勢, 北壓蒙古, 右引回回, 左通遼瀋, 南制天下, 此康熙皇帝之苦心, 而其曰避暑山莊者, 特諱之也.] '諱之' 두 글자는 강희황제의 속내를 꿰뚫어본 것이다." 이 구절의 출처는 확인해봐야 한다. 조선에서는 피서산장 축조 초기인 1710년 경부터 그 사실을 알고 있었고, 1780년 박지원 1790년 유득공 등은 그 정치적 고려와 국제적 의의를 통찰하고 있었다. 연암은 고북구를 지나며 위험을 잊어버린 청나라의 미래를 걱정했는데, 사실 더 큰 걱정거리는 조선 자체였다. 안타까운 일이다. 역사를 마주하면 우린 종종 자기도 모르게 책장을 덮고 슬피 탄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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