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 이원익이 어느 날 한 원로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공도 심성이 변하여 소인이 되는 걱정을 하오?" 원로는 자신이 대단한 인물은 아니지만 그런 걱정까지는 안 한다고 했다. 그러자 이원익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정인홍(1535~1623)의 강직함은 세상에 드문 바이니 그 명성이 자자할 때 폐모 논의에 참여하리라 생각이나 했겠소? 하지만 늙어 뜻이 쇠약해져 벗들이 밖에서 꾀고 자손들이 안에서 부추기니 결국은 폐모 상소를 올리고, 90이 다 된 나이에 처형을 당하고 말았지요. 나도 그러지 말리라는 보장이 없으니 걱정이오." 정인홍은 광해군 때 인목대비 폐위 논의에 참여하여 재상이 되었다가 인조반정 직후 처형된 인물이다. 이경여는 이 일화를 사람들에게 들려주면서, 이원익이 늙어서도 몸가짐을 엄정하게 하여 만절(晩節)을 지켰다고 했다.
『공사견문록』에 실린 이야기다. 늙으면 지혜와 경륜도 생기지만, 거기에 비례하여 아집과 탐욕도 늘어난다. 또 총기와 판단력이 흐려져 주위의 달콤한 말에 홀라당 홀라당 넘어가곤 한다. 슬프지만 인간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현상이다. 하여 사려 깊은 이들은 젊어서 원칙을 세워 추잡스러워지는 것을 경계한다. 하여 『채근담』에서도 이렇게 말한다.
청루의 기녀라도 뒤에 지아비를 따르면 한 세상 행적이 문제 없고, 정숙한 부인도 늙그막에 몸가짐을 잃는다면 반평생의 청고함이 모두 그릇된다. 속담에, 사람을 보려면 뒤 반절을 보라고 했으니 참으로 명언이다. 聲妓晩景從良, 一世之胭花無碍, 貞婦白頭失守, 半生之淸苦俱非. 語曰, 看人只看後半截, 眞名言也.
김종인이란 사람 하는 짓을 보니 늙으며 지조 꺾기를 밥 먹듯 하여 무척 추접스럽게 느껴진다. 몇 마디 달콤한 아첨의 말에 5.18을 합리화하고 국민들을 개로 보는 그런 인간을 감싸고 돌 수가 있나. 하긴, 원래 그런 물건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