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림문로의 산책자

소쇄원의 원림 형세

소쇄원은 포란(抱卵) 둥지 형, 품은 원림이다. 대략 1400 평 크기 땅에 우주를 담아놓았다. 그렇다고 닫혀있다는 뜻은 아니다. 園이란 글자 모양이 나타내듯, 정원이나 원림에는 인공성과 울(담장)이 전제되어 있다. 소쇄원의 담장에는 '외부와의 차단'이라는 기능이 결여되어 있다. 낮으며, 중간 중간 끊어져 있다. 미적 요소이며, 영역을 표시할 뿐이다. 그리고 밖의 지리, 작게는 장원봉 조금 더 크게는 무등산과 넘나든다. 장원봉 품에 있으면서, 장원봉을 품고 있다. 가운데를 흐르는 시내는 면앙정 원림의 영산강이다. 원림과 문학은 상통한다. 작가가 있고 시대가 있고 주제도 있고 수용도 있다. 그리고 구조와 형식이 있다. 해석을 필요로 한다. 해석은 질서와 의미와 가치를 발견하는(부여하는) 작업이다. 문학..

면앙정의 원림 형세

누정은 원림의 한 요소이다.면앙정은 천지금침(天地衾枕, 하늘과 땅으로 이불과 자리를 삼는다) 형의 열린 원림이다. 이름부터가 그런 뜻을 담고 있다. 이름은 실존의 투영이며 의지의 표명이다. 송순의 "면앙정가"(3언 한시)는 첫 4구는 이러하다. 굽어보면 땅이 있고 우르르면 하늘인데, 그 가운데 정자러니, 마음이 크게 인다 俛有地, 仰有天. 亭其中, 興浩然. 정자 하나 덩그마니 있는 이 정자의 묘미를 사람들은 잘 모른다. 머리 속에 담장 안에 둘러싸인 원림만 있기 때문이다. 면앙정 원림은 담장이 없다. 그 원림의 구성 요소는 무등산과 영산강과 추월산과 몽성산과 병풍산과 불대산 등이니, 거기 어떻게 담장을 두를 수 있겠는가! 송순은 가사 "면앙정가"에서 그 원림의 규모 대략을 말해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