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

네루다, 위험한 사랑과 아름다운 시

검하객 2013. 3. 22. 00:04

애덤 펜스타인이 짓고, 김현균 최권행이 옮긴 "빠블로 네루다"를 틈틈이 읽는데, 시인이 되고 싶어진다. 감동은 그렇게 하고 싶도록 만드는 것이다. 사마천의 글처럼. 메시의 드리볼처럼. 무송의 술처럼.

 

  네프딸리는 시를 썼고 아버지는 이를 극심하게 반대했다. 네프딸리는 17세이던 1920년 자신의 이름을 빠블로 네루다로 바꾼다. 공식적으로는 1946년이 되어서야 인증된다. (아버지에 대한 저항과 개명, 매우 상징적이다.) 미지와 단절과 어둠과 동경은 시를 쓰게 하는 동력이다. 네루다는 정열적으로 여인들을 사랑하고 편지를 썼다. 사랑하기 때문에 시를 쓰고, 시를 쓰기 위해 사랑을 한다. 시를 쓴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뜨겁게 사랑하는 것이다. 사랑을 잃으면 시도 없다. 네루다는 정치에 관심이 많았고 반체제 운동에 열성적으로 참여했지만 그의 시에는 정치가 보이지 않는다. 시는 사랑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일찍부터 사랑을 알았던 네루다는 20살에 낸 시집 "황혼일기"에는 이런 노래가 실려 있다.

 

  나는 입 맞추고 떠나가는

  뱃사람들의 사랑이 좋다

 

  그들은 약속을 남기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항구마다 여인이 기다리고

  뱃사람들은 입 맞추고 떠나간다

 

  어느 밤 그들은 바다 침대에서

  죽음과 함께 잠들리라

 

  나는 입맞춤과 침대와 빵으로

  나뉘는 사랑이 좋다

 

  영원할 수도

  덧없이 지나갈 수 있는 사랑

 

  다시 사랑하기 위해

  벗어나고 싶어하는 사랑

 

  스무살의 이런 사랑, 내겐 너무 위험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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