盜 跖
공자와 도척, 子張과 滿苟得, 無足과 知和 사이의 세 대화로 구성되어 있다. 이중 압권은 역시 공자와 도척 사이의 대화이다. 도척은 천하에 흉포하기로 소문난 盜賊이고, 공자는 세상의 모든 유자들이 칭송하는 성인이다. 공자는 도덕적으로 대단히 우월한 위치에서 도적을 교화시키기 위해 도척을 찾아간다. 하지만 도척과 만나는 순간 도덕적 우열은 뒤바뀐다. 도척은 공자의 위선과 가식을 준열하게 나무라고, 공자는 거의 정신을 잃다시피 충격을 받아 겨우 돌아온다. 기득권 세력이나 지배층은 언제나 공정성과 도덕성을 내세우지만, 그것이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언제나 의심받거나 부정된다. 때로는 그 이면의 비열함과 부조리가 여지없이 폭로되기도 한다. 이런 경우 고상하고 우아하며 공정한 포즈는 풍자와 조롱의 대상이 된다. 이처럼 도덕적 우열이 전도되면서 도적 서사가 발생한다. 도적은 남의 물건을 훔치거나 목숨을 해치지만 위선적이거나 가식적이지는 않다. 도적 행위는 정치의 실패에서 발생한다. 도적은 도덕적으로 높은 곳에서 주류 세계의 지도자를 꾸짖거나 우습게 만든다. 이 편은 후대 도적 서사의 기원이다.
도척은 공자의 벗인 柳下季의 아우이다. 도척은 9천의 무리로 천하를 쓸고 다닌다. 남의 가축을 빼앗고 부녀자를 납치하며 부모 형제를 돌보지 않으니 세상 사람들이 모두 괴로이 여겼다. 공자는 아우를 훈계하지 않는 유하계를 나무라며 자신이 직접 나설 것을 청한다. 유하계는 극구 말렸지만, 공자는 안회를 마부로 삼고 자공을 수행으로 삼아 도척을 찾아갔다.
도척은 태산 남쪽에서 무리를 쉬게 하고는 사람의 간을 떠서 먹고 있었다. 공자가 수레에서 내려 안내인을 통해 도척 만나기를 청했다. 보고를 받은 도척은 불같이 화를 낸다. 말이나 지어내고, 치장을 화려하게 하며, 일하지도 않고 먹고 입으며, 입을 놀려 옳고 그름을 제멋대로 가려 천하의 군주들을 홀린다. (爾作言造語,妄稱文武,冠枝木之冠,帶死牛之脅,多辭繆說,不耕而食,不織而衣,搖唇鼓舌,擅生是非,以迷天下之主.) 천하의 학사들로 하여금 근본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하고, 망령되이 孝弟를 지어 요행으로 부귀를 바라는 놈이다. 빨리 돌아가지 않으면 그의 간을 회 떠서 먹겠다고 한다. 공자가 다시 뵙기를 청하자 도척은 불러 앞으로 오게 했다. 공자는 세상에 보기 드문 재주로 도적질을 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니, 자기에게 맡겨주면 천하 여러 나라에 유세하여 높은 봉록을 받게 해주리라고 했다. 도척은 불같이 화를 내며 공자를 꾸짖었다. 好面譽人者는 好背而毀之한다. 요, 탕, 문, 무 모두 이익에 욕심을 부려 크게 망친 자들이다. 지금 너는 문무의 도를 닦아 천하의 변론을 장악하여 뒷세상을 가르친다. 넓은 옷에 잔 띠를 두르고 속이는 말과 거짓 행위로 천하의 군주들을 미혹하게 하여 부귀를 얻고자 하니, 너보다 큰 도적은 없다. 천하 사람들은 어찌 盜丘라 안하고 盜跖이라 하는지 모르겠다. 사나운 자로를 거둬 가르쳤지만, 끝내는 위나라 군주를 죽이고 자신은 죽어 젓으로 담겨지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上無以爲身,下無以爲人. 황제 요 순 우 탕 무 비간, 오자서 다 마찬가지다. 내가 가르치겠다. 目欲視色,耳欲聽聲,口欲察味,志氣欲盈. 네가 말한 건 다 내가 옛날에 버린 거다. 어서 돌아가 다시는 말하지 마라. 너의 도는 狂狂汲汲,詐巧虛偽事는 입에 담을 가치도 없다.
공자는 물러나와 수레에 오르다가 세 번이나 고삐를 놓쳤다. 눈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듯했고 낯빛은 시체와 다름없었다. 노나라로 돌아와 유하계를 만났다. 유하계가 궁금해하자 대답했다. “저는 이른바 아프지 않은데 스스로 뜸을 뜨는 격이로군요. 달려가 범 머리를 쓰다듬고 수염을 만지작거리다가 호랑이에게 잡혀 먹힐 뻔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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