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표 축구팀의 경기가 매력을 상실한 지 꽤 되었다. 기대감도 제로. 왜 그렇지? 칠레와 브라질, 멕시코와 네덜란드의 경기를 보고 그 이유를 알았다. 언제부턴가 한국 축구에서는 '강인함'이 사라졌다. 유럽에도 진출했고, 체격도 좋아졌으며, 처우도 향상되었지만, 그래서 우아해졌지만, 강인함이 사라졌다. 기술도 별로고, 체력도 별로고, 조직력도 별로고, 스피도도 별로다. 한마디로 눈만 높아지고 솜씨는 나아진 게 없다. 축구를 전쟁에 견주는 것은 좋은 비유는 아니지만 적절하기는 하다. 한국 축구 대표팀은 용맹함을 잃은 군대이다. 용맹함? 병사들의 체력이나 정신만의 문제일까? 그건 작은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군대의 용맹함은 정보, 장비, 명분, 보급, 훈련, 편성, 보상, 지휘체계, 장수, 동기부여(사기) 등의 총화이다. 군대가 용맹함을 잃었다면, 크게는 정치의 문제이고 작게는 장수의 책임이다. 오합지졸로 전락한 한국 축구팀이 용맹한 전사 집단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하지만 국가주의와 결탁한 축구는 생명을 잃었고, 애국심에 호소하는 축구도 수명이 다했다. 단기처방이나 정신력에 호소한다면 날개 없이 계속 추락할 것이다. 지금의 한국 정치와 축협의 수준만 본다면 희망은 없다. 축구는 그래봐야 아무 것도 아니다. 진짜로 중요한 건 한국 축구가 아니라, 한국의 군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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