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논문 쓰기

검하객 2014. 7. 9. 00:46

 비야 내려라

 한 이레쯤 내려라

 쏟아붓거나 들이치지는 말고

 라라의 머리결처럼 

 때론 흩날리는 민들레 홀씨처럼

 나팔꽃 목청이 터지고

 앞 내의 잉어들 한데 모여서

成龍의 의례를 치를 때까지

 한 이레쯤 내려라

 해는 잠시 열을 식히고

 별들도 빛을 내려놓아라

 흰나비는 목련 잎 아래서 날개를 접고

 산양은 옛 무덤 옆 바위 틈에서 두 발 모으고

 스님은 화엄경 베고 모로 누워서

 눈을 감고

 대지의 손님맞이소나타에 젖어들다가  

 꿈을 꾸도록

 비야 내려라

 한 이레쯤 내려라  

 

 논문 쓰기는 자기 형벌이다. 누가 물어봤나? 누가 궁금하댔나? 누가 쓰랬나? 그저 저 혼자 궁금하고, 비장하고, 설레고, 괴로워하다가 황폐해지다가, 겨우 소생한다. 나는 지금 극도로 황폐한 단계이다. 한 이레쯤 라라의 머리결같은 비가 내리면 황폐해진 영혼이 조금 적셔질까? 몇 분 빗소리가 요란하더니 또 금방 잠잠하다. 비야 내려라, 이 황량한 영혼을 적셔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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