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詩境에 대하여, 양주와 장강에서

검하객 2015. 1. 12. 10:56

 唐城遺址에서 내려다본 저물녘 揚州는 몽롱했고, 鎭江 多景樓 앞에 펼쳐진 長江은 쾌활했다. 옛날 정몽주는 긴 사행의 여정에서 이 풍경들에 이름을 붙여주기 위해 고심했고, 오늘날의 여행객들은 사진에 담기에 바쁘다. 하지만 풍경에 대한 묘사는 제 아무리 대단해도, 그 풍경을 넘지 못한다. 수식의 강도만 세지고 형용만 어지러워질 뿐이다. 풍경은 객관적 사물이 아니라, 나와의 만남에서 형성되는 경계이다. 그것은 나의 인식도 아니고 사물도 아니며, 제 3의 지대에서 구축되는 세계이다. 이를 옛 사람은 意境이라고도 했고, 詩境이라고도 했다. 畵境이나 曲境이나 話境이란 말도 가능하리라. 오늘날에는 훨씬 더 다양한 방식으로 이 경계가 만들어진다. 풍경과 마음이 만나는 곳에서 모종의 화학작용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그 작용은 보통 외마디 감탄사나 진부한 말 몇 마디나, 그만그만한 사진 몇 장으로 서둘러 마무리된다. 나름대로는 솜씨가 발휘되어 제 3의 세계가 지각 가능한 형태로 - 우리는 이를 상징이라 한다 - 만들어지지만, 바람에 흩어지는 구름처럼 사라져버린다. 때로 예기치 않게 탄생한 어떤 경계는 백년을 견디기도 하고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천년을 가기도 한다. 세상 사람들은 이 형태에 예술 또는 작품이란 이름을 붙인다. 해질녘 당성유지 위에서 잠시 그런 작용이 일었다. 

 

  갇혀 있던 말들은 벗어나려 울부짖고

  매임 없는 발길은 뜨지 못해 머뭇댄다

 

 하지만 그 풍경에 이름을 붙여주지는 못했다. 다경루 앞의 장강에게도 마찬가지이다. 다만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楊愼의 <臨江仙> 한 구절과 벗들을 엉성하게 맺어주었을 뿐이다. 그리고 남들처럼 사진 몇 장을 얻었을 뿐이다.

 

  大江東去滾滾水

  二三知己胸中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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