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면서 아파트 뒤 공터에서 고라니가 자취를 감추어 은근 서운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기대에 종종 뒤뜰을 내려보는데, 오 녀석이 돌아왔다. 두 놈이다. 개망초꽃 물결 속에서 녀석은 유유히 풀을 뜯고 있다. 이 녀석, 도대체 어딜 갔다 온 거야? 그리고 다른 녀석들은 어디 있지? 한참을 경이감에 사로잡혀 셔터를 눌러댔다. 그런데 또 다른 녀석의 자태가 조금 다르다. 찍은 사진을 확대해보니 고라니가 아니다. 등만 찍혔는데, 다리에 거뭇한 색깔이 있는 걸로 보아 너구리 같은데 확실치 않다. 공터 가까운 데까지 대규모 아파트 건립 공사가 시작되었다. 이상견빙리, 서리를 밟으면 두터운 얼음이 언다. 이 공터가 언제까지 빈 채로 고라니와 너구리와 꿩 등을 품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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