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퇴화와 몽환

검하객 2015. 6. 30. 23:38

 날개가 있으되 날지 못한다. 땅에서 태어났고, 닭이라 불리웠다. 날개가 작지는 않되 몸이 너무 뚱뚱하다. 내가 날지 못하는 이유이다. 까마득한 먼 옛날 내 조상이 사로잡혔을 때, 그저 먹기를 그치고 한번 결기를 내었다면 그는 죽고 나는 아니 태어났을 것이다. 얼마나 오랜 세월 동안 얼마나 많이 먹었기에 이리 비만해졌던가? 날이 어둑해지면 나는 몇 단계를 거쳐 나무 가지 위에 올라 잠을 청한다. 어둠의 시간은 자유, 나는 작아진 몸으로 하늘을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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