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이레 새 학기 준비에 정신을 쏟다보니 세상과의 교신 회로가 망가졌다. TV는 나의 우주가 되었고, 리모콘은 우주와의 교신 회로이다. 이 참을 수 없는 건조함이란. 오래 담을 쌓고 지낸 TV와 새삼 우정을 나누려니 시간은 흘러가도 마음은 꽤나 성가시다. 하루종일 비가 오락가락하고 하늘엔 먹구름이 가득해도 심드렁하다. 저물녘 집을 나서 경안천 가를 걸었다. 수면은 하나 하나 비를 받는 표를 내고, 그 사이를 오리들이 오간다. 건너 먼 곳엔 문형산이 구름을 내뿜고 있다. 어서 이 회로를 고쳐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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