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에드몽 당테스의 하루

검하객 2015. 12. 4. 11:21

  폭설, 출근길 차들이 모두 숨을 죽였다. 꽃송이처럼 떨어지는 눈을 넋 잃고 바라보다가, 탈출을 시도했다. 다른 세상으로 가려면 출구이자 입구인 그곳을 찾아야 한다. 그건 전화기도, 웜홀도, 고목의 홈도 아닌, 어떤 단어이다. 미래로 갈까 과거로 갈까, 국내에 머물까 외국으로 나갈까, 이곳 저곳을 떠올리다가 양림(楊林)을 생각했다. 송강은 왜 크게 긴요하지도 않은 공손승(公孫勝)을 찾으러 대종(戴宗)을 계주(薊州)로 보냈을까? 대종은 길에서 양림(楊林)을 만나고, 양림의 주선으로 배선(裵宣)과 등비(鄧飛)와 맹통(孟通)과 음마천(飮馬川) 풍경을 감상하고, 양웅(楊雄)과 석수(石秀)의 소매를 잡아끌어 주막에서 술을 마셨다. 몇몇 장면의 도움으로 차는 겨우 움직이기 시작했다. 눈은 계속 내리고, 도착한 곳은 이프 성(城), 방의 호수는 410, 이감된 것이다. 간수의 이름은 의무와 책임. 새 감옥의 차가운 바닥에서 배추국에 만 찬 밥을 먹는데, 그만 두 번이나 혀가 어금니에 물렸다. 비린내, 에드몽 당테스가 자기도 모르게 얼굴을 찌푸리는데 눈물 한 방울이 떨어지며 어둠 속에서 일순 반짝였다.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겨울밤의 모자수작(母子酬酌)   (0) 2015.12.06
동방명주  (0) 2015.12.06
허무와 우울의 시소   (0) 2015.12.04
매트릭스, 실재의 사막  (0) 2015.12.02
예능 과잉 시대의 착시효과  (0) 2015.1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