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단강 편지

이별

검하객 2016. 3. 7. 17:30

 속으로 그려보면 될 법도 하고 어찌 그럴까 싶기도 하다. 무심한 듯 애써 담담하고, 단호하게 평온하다. 간을 안 친 음식처럼 심심하고, 터지기 직전의 화산처럼 고요하다. 눈을 맞추지 않고 말을 아낀다. 눈빛이 조금이라도 떨리면 장마에 둑 터지듯 물이 넘치고, 소금을 치는 순간 음식은 모두 소금이 되리라. 아무렇지도 않게 내일 볼 사람처럼 돌아서지만, 진작부터 서로는 설움의 강물을 거슬러 오르고 있었으며, 돛 없는 조각배로 등대 없는 밤바다를 헤매고 있다. 단단한 평정, 캄캄한 심해에 침몰하지 않기 위한, 깊은 동굴 속에 봉인되지 않으려는. 들끓는 마그네슘 위의 위태로운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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