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전화에 간곡하게 문자를 남겨놓고, 지구에 표착한 외계인이 우주 먼 곳에 메시지를 보내놓고 회신을 바라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낯선 번호로 전화가 오는 순간, 노랗고 가벼운 날개짓이 보였다. 나비가 돌아왔다. 목단강의 조선인 거리 和隆西市場에서 만난 그는 사례를 극구 거절하며 황급히 사라졌다. 아마 비행기 안에서 이 물건을 보고 무심결에 집어넣었을 것이다. 그때 바로 승무원에게 주었더라면 나는 마음 고생을 아니 했겠지. 하지만 사람 마음이 어디 그리 간단한가. 이걸로 뭘 어쩌자는 생각까지는 안했을 것이다. 남의 물건을 가지고 있어봐야 마음만 찝찝할 터이다. "내가 당할 수도 있는 일인데, 그걸 어찌 받는단 말이오?" 손사래를 치며 도망치듯 멀어졌다. 아내가 병원에 입원하고 있다고 했다. 시장의 조선족 상점에 들러 몇 가지 음식과 생필품을 사서 돌아왔다. 나비는 주머니 안에서 살며시 날개를 접었다 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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