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천에서 영주 안동 가는 삼거리 근처 밭 개심사 터에는, 기단 사방에 12지신이, 연화좌대 둘레에 2짝 8위의 금강역사가 새겨져 있는 1010년 세워진 5층 석탑이 낮은 마음으로 서있다. 장모님의 초재를 모시고 돌아가던 우리는 그 시절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탑을 돌며 두 손 모아 고개 숙이고 극락왕생까지는 아니더라도 먼길에 다리 아프시지 않기를 빌었다. 이날 밤 꿈결에 나비가 고운 모래밭을 스쳐 나는 듯한 소리를 들었다. 삼도천에 이르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