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먹을까 간단하게 때울까 고민하다가, 옷을 챙겨 입고 나가기로 했다. 빨래 건조대와 내일 아침 먹을 거리도 필요했다. 그제 보아둔 남문 밖 重經小麵 赖扁擔 - 알고보니 체인점, 뢰편담은 중경에서 뇌씨 노인이 멜대를 메고 다니며 국수를 팔았다는 데서 유래한다고 - 에 가서 완두콩 소면 한 그릇을 시켰다. 아가씨가 요란스러운 표정으로 매운 거 먹을 거냐고 묻기에, 2주일 전에 배운 말을 자신있게 썼다. "뿌라더." 국수 한 그릇 달랑 나온다. ㅠㅠ 이거 참, 반찬이 왜 없냐고 따질 수도 없고.
교내 슈퍼에 들러 옷걸이를 고르고 있는데, 남학생 녀석이 하나 오더니 뭐가 없냐고 묻는다. 나를 슈퍼 주인으로 본 것이다. 이 자식들이 참! 내 외모가 어디로 봐서. 그렇잖아도 낮에 김성욱과 누가 더 농부 같으냐를 가지고 실랑이 했는데, 뒤에 그 이야기를 듣고 김이영 선생이 서슴없이 김성욱 손을 들어준다. 이거 참, 세상은 언제나 이렇게 부조리하고, 억울한 사정은 우리의 숙명이다. 분노를 누르며 사과 다섯 개와 바나나 한 송이를 사서 돌아왔다. 아무리 부조리해도 우선은 먹어야 한다.
점심 교직원 부페 식당 6위안 - 아주 훌륭하다.
저녁 완두콩소면 10위안 - 김치나 단무지 없이 라면 먹는 격.
수첩과 옷걸이 5개 14위안 - 주인의 발음이 신통치 않아 잘못 알아들었다.
사과 5개 바나나 1송이 22위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