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처사와 녹림군자의 짧은 대면. 이황과 임꺽정이 만났다. 역사에서라면 어디 될 법 한 말인가? 하지만 벽초의 손끝에서 둘은 그야말로 역사적인 해후를 한다. 이황은 山林의 處士이고 임꺽정은 산림의 君子이다. 똑같이 산림에 적을 두고 사는 사람들이다. 일세를 이끌어갈 능력을 지닌 사람이 산림에 숨어사는 것이 슬픈 일이요, 이 둘 사이가 소통될 수 없었음은 시대의 불행이다. 똑같이 한 시대에서 무력했다. 처사는 몇몇 제자를 길러냈고, 군자는 몇몇 사건을 일으켰으되, 시대의 흐름에는 그저 몇 방울 물을 튀기는 정도였다. 그 둘의 이름이 먼 훗날 세상에 드날림은 공교로운 일이다. (95)
이순신(1545~1598)과의 만남.(282) 이순신이 열 한 살 때(1555)의 일이다. 작자의 농간으로 임꺽쩡과 이순신이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야말로 幻術이 아니면 무어란 말인가? 작가는 역사의 숲을 산책하며 관조하고 사색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 분신을 역사의 장터에 내보내 물건도 흥정하고 왈짜들과 시비도 벌이고 주막에서 막걸리도 걸치며 횡행하게 하는 자이다.
징기스칸은 공로가 많은 장사들에게 큰 상을 내렸다. 무카리, 보르추, 보르쿠 등 사걸과 제베 등 대장을 천부장으로 임명했다. 곽정도 이번에 공로가 혁혁하여 천부장에 봉해졌는데 10여 세의 소년으로 몽고 개국의 공신 명장들과 같은 서열에 앉게 된 것이다. (영웅문 1부 제 1책 294쪽)
'不擇細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화식전과 나의 슬픔 (0) | 2012.08.15 |
---|---|
유협전과 사마천의 슬픔 (0) | 2012.08.15 |
홈즈 (0) | 2012.08.13 |
道外無事, 事外無道 (象山語錄) (0) | 2012.08.13 |
소설과 동경, 소설과 탈선 (0) | 2012.07.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