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

세대 갈등(할아버지와 覺慧)과 모순 (家 9회)

검하객 2017. 12. 31. 17:21

 

  군의 약속 불이행, 학생 연합회의 罷課 선언, 학생들과 군인들의 충돌, 시내에 감도는 공포의 기운. 군의 무책임의 태도 일관, 갈수록 멋대로 행동. 학생들도 지속적으로 저항 - 전단 배포, 강연, 전국 각지에 홍보, 외부 지역에 대표 파견하여 선전. 覺慧 열성적으로 참여, 회의 끝내고 돌아왔는데, 할아버지가 급히 찾는다는 집안의 女擁 錢嫂의 전언.

 

60세를 넘긴, 마르고 얼굴이 길며, 콧소리를 내는 대머리 할아버지가 뿜어내는 압박감. 온 집안에서 숭배와 경모의 대상, 언제나 넘볼 수 없는 기운을 뿜어내는, 다섯 마디 이상 대화를 나눠본 적이 없는, 할아버지는 추레한 모습으로 졸고 있었다. 한 수의 시를 떠올리다. “不愛濃妝愛淡妝, 天然豐韻壓群芳. 果然我見猶憐汝, 爭怪檀郎興欲狂.” 돌아가신 할머니가 어떤 기녀에게 준 시구를 생각하는데, 젊은 시절 할아버지의 얼굴이 떠올랐다. ‘할아버지도 원래는 荒唐한 사람이었는데, 뒤에 엄연한 道貌로 변했다. 기녀와 시를 주고 받던 청년이 30살이 넘으면서 도덕인의를 강설하는 완고한 인물로 바뀐 것이다. 그런 할아버지가 최근 唱小旦하는 여배우와 왕래한다. 불러 화장을 시켜 사진을 찍었다. 이 지역에선 이상한 일이 아니다. 몇 명의 孔敎會의 극력 衛道의 중책을 자처하는 노인들이 신문에 떠들썩하게 梨园榜을 발표하고 몇몇 花旦을 장원으로 선정했다. 사람들에 따르면 이는 風雅한 일이었다. 조부는 명사이고, 두 권의 遁斋诗集을 찍어 벗들에게 보내고, 서화 수장을 좋아했기에 이러한 것들은 조금도 免俗할 수 없었다. 하지만 어떻게 풍아한 일이 위도의 정신과 서로 어긋나지 않는단 말인가. 젊은 그로서는 도저히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할아버지에겐 새된 목소리로 교태를 부리는[尖声尖气, 扭扭捏捏] 작은 할머니 한 분[姨太太]이 계신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로 할아버지와 10년 가까이 사이 좋게 살고 있는. 할아버지의 모순을 생각하자, 그가 문득 풀리지 수수께끼로 보였다. 눈을 뜬 할아버지는 돌아가라고 손짓했다가 생각난 듯 다시 불러세웠다. 어디 갔었느냐고 추궁에 친구를 만났노라고 둘러대다. 할아버지는 간간이 기침을 하면서 覺慧를 꾸중했다. “너희 학생 녀석들은 하루 종일 책은 안 읽고 사고나 치는구나. 요즘의 학당은 완전 엉터리야, 사고 치는 학생이나 길러내고. 그래서 너희들은 학당에 안 보내려 한 거란다, 요즘 자제들은 학당에 가기만 하면 망가진다니까. 봐라, 다섯째 할아버지는 양학당에 가지 않았어도 글도 옳게 읽고 글씨도 얼마나 좋으냐! 그가 집에서 책 읽고 글 짓고, 시를 읊조리고 대련을 지을 때, 어디 너는 이렇게 밖에서 사고를 지느냔 말이다. 자꾸 이렇게 말썽을 피우면 네 목숨을 부지하기 힘들어!”

(“你们学生整天不读书, 只爱闹事. 现在的学堂真坏极了, 只制造出来一些捣乱人物. 我原说不要你们进学堂的, 现在的子弟一进学堂就学坏了. 你看, 你五爸没有进过洋学堂, 他书也读得不错, 字也比你们写得好. 他一天就在家读书作文, 吟诗作对, 哪儿像你这样整天就在外头胡闹! 你再像这样闹下去, 我看你会把你这条小命闹掉的!”)

 

覺慧는 할아버지를 보다가 기이한 생각이 떠올랐다. 자기 앞에 누워있는 사람은 할아버지가 아니고 한 시대의 대표이다. 자기들 할아버지와 손자 두 대는 영원히 서로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이 마르고 키가 큰 몸 속에 무엇을 감추고 있는지, 그들이 조손이 아닌 적수처럼 만들고 있다. 그는 마음이 몹시 불편했다. 마치 수많은 물건이 무겁게 어깨를 누르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他觉得躺在他面前的并不是他的祖父, 他只是整整一代人的一个代表. 他知道他们祖孙两代永远不能够互相了解的, 但是他奇怪在这个瘦长的身体里面究竟藏着什么东西, 会使他们在一处谈话不像祖父和孙儿, 而像两个敌人. 他觉得心里很不舒服. 似乎有许多东西沉重地压在他的年轻的肩上.)

 

원만하게 할아버지와 동생 사이를 조정하는 覺新, 그런 형을 이해할 수 없는 覺慧는 모순 감정에 휩싸이다. 그는 우두커니 서서 형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목석과도 같이 화분 옆에 서있는데 홍매화가 막 피고 있는데, 맑은 향기가 코끝을 간지럽혔다. 손을 뻗어 작은 가지 하나를 쥐고 여러 번 분질렀다. 가지 위의 꽃이 떨어져 손바닥 안에 들어오자, 그걸 짓뭉개 작은 덩어리로 만들었다. 무심결에 이런 행동을 하면서 만족스러웠다. 무언가를 짓뭉개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루라도 이런 능력을 지녀 옛 제도를 이 모양으로 짓뭉개면 얼마나 통쾌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잠시 뒤에 다시 우울해졌다. 지금 당장 학생 운동에 참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모순, 모순이야 혼자 중얼거렸다. 할아버지나 큰형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도 모순덩어리임을 알고 있었다.

(“我也晓得, ”觉慧不假思索地答道, 其实他自己并不知道在说什么. 他痴痴地立在天井里, 看着觉新走开了. 一个人没精打采地走到花盆旁边. 红梅枝上正开着花, 清香一阵一阵地送到他的鼻端. 他伸手折了短短的一小枝, 拿在手里用力折成了几段, 把小枝上的花摘下来放在手掌心上, 然后用力一捏, 把花瓣捏成了润湿的一小团. 他并不知道自己在做什么. 可是他满足了, 因为他毁坏了什么东西. 他想有一天如果这只手变大起来, 能够把旧的制度像这样地毁掉, 那是多么痛快的事. 但是过了一些时候, 他又忧郁起来, 因为他明白自己现在不能够出去参加学生运动了. “矛盾, 矛盾……他口里不住地念着, 他知道不仅祖父是矛盾的, 不仅大哥是矛盾的, 现在连他自己也是矛盾的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