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小話 4제

검하객 2014. 6. 1. 00:02

  술접대

 

딸아이의 대학 생활도 이제 한 학기가 끝나간다. 첫 한달은 기숙사에서 돌아오는 날마다 함께 술을 마셨다. 아직 아이들을 사귀지 못하고 새 환경에서의 긴장도 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달쯤 지나더니 슬슬 적응이 되고 친구들을 사귀기 시작했고, 저희끼리 종종 술도 마셨던 모양이다. 그런 주에는 집에 와도 술을 찾지 않는다. 지난 주에는 무척이나 힘들었던 모양이다. 술 한잔을 청하더니, 청하 1병, 소주 1병(21도), 고량주 1병(50도)을 다 마셔도 연신 안 취한다고 손짓을 해대며 해롱거리더니 잠자리에 들었다. 7시 반에 시작했는데 11시 반에나 끝났다. 시간이 지날수록 절제와 긴장으로 억압되어 있던 속내가 꽃이 피듯 풀려나온다. 잠든 아이의 이불을 덮어주고서야 주연이 끝났다.  휴, 딸 술접대도 만만치 않네!

 

 역사

 

 딸아이의 전공은 역사학이다. 하지만 이제 두어 달 다닌 아이가 무슨 역사를 알겠는가? 영어 수업의 과제가 가족 중 한 사람의 전기를 쓰는 것이라고 했다. 할머니를 추천하고 할머니와의 인터뷰를 권했다. 낮에 할머니에게 가더니 1시간 가량 인터뷰를 한 모양이다. 그리고 무언가를 쓰기 시작한다. 처음으로 어머니의 삶이 기록되고 있다. 역사는 이렇게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역사가 앞에서 평범한 삶은 비범하게 빛나고, 따분한 인생은 의미로 가득 차게 된다. 역사가는 아무런 할 얘기가 없는 인생이나 사건을 흥미로운 이야기로 만드는 사람이다. 전기 쓰기에는 여러 가지가 고려되어야 하겠지만, 해당 인물이 살아온 사회 조건이나 역사의 흐름이 빠질 수 없다. 한 사람의 인생이 사회 역사의 좌표를 가지게 된다. 고립되고 하찮은 한 개인으로 그치지 않는 것이다. 아이는 지금 자신이 역사가로서의 첫발을 떼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할 것이다.    

 

 축구

 

 작은 아이가 관내 중학교 축구대회에 출전했다. 보러 갈까 했더니, 의외로 선선하게 보러 오라고 한다. 오늘 학교에서의 일정을 서둘러 마치고, 오랜만에 아내와 함께 아들의 축구 경기를 관람했다. 중 3, 덩치가 산만한 녀석도 있지만 아직은 솜털이 뽀송뽀송한 소년들이다. 아이의 자리는 중앙 미드필더. 무리하지 않고 팀플레이를 잘 한다. 한 점을 먼저 빼앗겼지만 내리 세 골을 넣어 3:2로 승리를 거두었다. 아내와 나는 불끈 주먹을 쥐었다. 아이가 초등학교 5학년 때인가, 클럽 축구 대회를 따라다니며 아들의 축구 경기를 보던 즐거움이 새록새록 되살아난다. 오늘 두 경기나 풀타임을 뛴 아이는, 뛰었다는 것만으로도 흡족한 마음으로 잠이 들었다. 가끔 중고등학교 운동 경기 중계를 보면, 관중석 한 구석에서 응원에 열을 올리는 학부모들의 모습을 본다. 얼마 전 모교(중학교)에서 만난 동창(씨름 선수였던, 아들은 축구 선수)이 그랬다. "프로 선수들은 안 그러냐! 애가 운동하는 걸 보면 시간 가는 줄 몰라!" 우리는 아이들에게 더 많은 운동의 기회를 주어야 하고, 부모는 그걸 보는 즐거움을 만끽해야 한다.

 

 발표

 

 학기중 힘들게 논문을 발표한 아내는, 맥주 한잔을 동경하다가 잠이 들었다. 가능하다면, 꿈속의 그녀를 독일에서 제일 맛있는 맥주집으로 보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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