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

해밑 잡상

검하객 2014. 12. 25. 00:49

  가지 못하는 곳

 

 출근길 자동차 안에서

 포개진 답안지 앞에서

 삶이 소모될 때

 가본 적 없는 먼 스탄을 떠올리지만

 그럼 너는 그 땅 위에서 살다 죽을래 

 질문 앞에 길은 문득 끊어진다

 무엇 하나 손에서 놓지 못하는

 한 발작도 금 밖으로 나지 못하는 

 여행의 폭력성과

 여행자의 오만과

 여행기의 알량함을

 생각해본다  

 송도 다리 아래서

 사막을 그리며 죽어가던  

 낙타의 울음

 

   * 낙타의 울음 - 개성에는 탁타교가 있다. 만부교(萬夫橋), 야교(夜橋)라고도 한다. 고려 태조 때 거란(契丹)이 낙타 50필을 보냈는데, 태조가 발해(渤海)를 멸망시킨 거란과는 교린(交隣)을 맺을 수 없다면서 교제를 끊고, 사신을 섬으로 귀양 보내고 낙타는 다리 아래 매어 두어 모두 굶겨 죽였는데, 탁타교란 이름은 여기서 유래한다. (《新增東國輿地勝覽 卷4 開城府上》)  다리 곁에 탁타교라 새긴 돌을 세워 두었는데, 그곳 사람들은 탁타교라 부르지 않고 다들 약대다리(若大多利)라 부른다. 우리말에 약대는 탁타이고 다리는 교량이다. 또 와전되어 야다리(野多利)라 부르기도 한다.” 하였다. 夜橋는 '약대다리'에서 와전되었을 것이다. 아래는 <해동지도>

 

  




  자선남비의 허위

 

  그렇게 정치가 훌륭하다면

  헐벗고 굶주린 사람이 어디 있을까

  거룩한 신이 있다면 

  왜 그들은 죄없이 피를 흘릴까

  대기업의 품이 저리 넓은데

  그 밑엔 낙엽만 쌓여있는가

  죽여놓고 그 앞에서 흘리는 눈물처럼

  자선남비의 종소리는 우리를 불편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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