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언어의 함의

검하객 2015. 9. 19. 11:15

 음식 프로그램이 많아지면서 요리사들이 뜨고 있다. 셰프의 전성시대이다. 삶의 양상이 달라진 때문일 것이다. '셰프'라는 말은 상용된 지 10년이나 되었을까? 그전에는 요리사나 주방장이란 말을 썼다. 그런데 주방장은 무식, 불결, 불륜, 가난, 냄새 등 무언가 부정적인 의미가 많이 연상되었던 반면, 셰프는 여유, 유학, 창의, 예술, 향기, 과학 등의 긍정적인 의미들을 환기한다. 사실 두 단어의 사전적인 의미는 별 차이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는 사회적 맥락으로 따져볼 문제인 듯하다. 아마 '사회언어학'이 이런 사안들을 다루는 학문이 아닐까? 며칠 전 어떤 친구가 우리 연구실을 '다방' 같다고 해서 화제가 되었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 차 마시고 웃고 떠든다는 뜻일 텐데. 나는 속으로 '이왕이면 (아를의) 까페나, 아니면 산방이나 다실이라고 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며 웃었다. 다방에는 과거, 노인, 레지, 배달, 매춘, 가난 등의 의미가 묻어있다. 반면 까페는 현재, 청년, 자유, 음악, 여유, 독서 등의 분위기를 환기한다. 여기에서 이런 등식이 만들어진다. "다방 : 까페 = 주방장 : 셰프" 오랜 세월 이런 식으로 언어는 얼마나 많은 변화를 겪어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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