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굴 위해 울리느냐 묻지 마시라
바로 그대 자신을 위해 울리느니
17세기 초 영국 시인 존 던은 <누구를 종은 울리나>라는 시를 지었다. 이 시는 "이 세상 어느 누구도 따로 떨어진 섬은 아니니"로 시작하여 위 구절로 마무리된다. 여기서 종은 죽은 사람을 위해 울리는 조종이다. 헤밍웨이는 이 시의 제목으로 소설을 지었고, 이 시를 인용하며 긴 이야기의 물줄기를 열었다. 미국 대학의 스페인어과 강사이자 폭발물 전문가인 로버트 조던은, 파시스트의 압제 아래 신음하는 스페인 국민들을 위해 자발적으로 그 내전에 참전한다. 그리고 3박 4일 동안 집시들과 지내면서 19살 마리아와 사랑에 빠지고, 끝내 목숨을 잃고 만다. 내일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발표한다고 한다. 기어이 금단의 열매를 건드린다. "역사를 장악하여 권력의 영화를 영속시킨다." 또는 "역사를 받침대로 그 위에 영원히 무너지지 않을 권력의 집을 짓는다." 달콤한 유혹을 참지 못한 것이다. 왕조시대의 구습이자 독재의 발상이다. 나는 이 정부의 죽음을 선언하고 조종을 울린다. 이 조종은 역사의 죽음을, 나와 우리의 죽음을 알리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나는 살고 싶다. 내 아이들을 위해서도 역사를 되살리고 싶다. 나는 나와 우리와 역사의 부활을 위해 모든 힘을 동원하여 저항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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