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와 민족의 이름으로 행해진 광기와 폭력의 표상인 아우슈비츠는 끊임없이 환기되고 언급된다. 아우슈비츠는 십자가와 같은 거룩한 성전이다. 헌데 그러한 성전은 벽돌과 철근으로 쌓이지 않는다. 신전의 자재는 참혹한 상처를 똑바로 보는 용기, 그 아픔을 여러 사람들과 함께 느끼려 하는 노력, 흉터를 서둘러 덮지 않는 지혜, 그리고 기억을 존속시키려는 의지 등이다. 아무개는 우리나라는 국토가 모두 박물관이라고 했는데, 내 보기에는 우리가 발 딛고 있는 곳마다 아우슈비츠 아닌 곳이 없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식민지와 한국 전쟁과 분단과 독재로 이어지는 근현대사의 우리 땅은 거대한 아우슈비츠 그 자체이다. 4.3의 제주와 5.18의 광주, 수많은 사법 살인, 그리고 세월호와 쌍용자동차까지. 아무리 은폐한들 그 곳이 아우슈비츠가 아니면 무엇인가? 영화 <동주>에서 가장 잊혀지지 않는 장면은 동주도 아니고 몽규도 아니요,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그렇게 죽어간 사람들이 1500명이라는 자막이었다. 위안부에 대해 사람들은 외면하거나 무지했다. 그리고 문학은 언제나 비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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