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

아기장수와 티 아 밀라투나 (맥머피와 브롬든의 대화)

검하객 2018. 5. 22. 23:02

 

  맥머피가 정신병원에 온 지 한달쯤 지나, 드디어 그와 브롬든 사이에 대화가 시작되었다. 듣지도 못하고 말하지는 못하는 사람으로 20년 동안 투명인간처럼 살아온 브롬든의 말문이 열린 것이다. 그는 자기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우리 아버지는 추장이었어요. 이름은 티 아 밀라투나였죠. 그 이름은 '산마루에 솟은 제일 큰 소나무'라는 뜻이에요. 하지만 우리가 산꼭대기에 살았던 건 아니에요. 내가 어렸을 때 우리 아버지는 정말 몸집이 컸어요." 그런데 아버지의 몸집이 작아지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몸이 크고 또 어떤 일이든 포기하지 않고 자기 뜻대로 처리했기 때문에 그들 모두가 아버지를 변하게 만들었어요. 마치 그들이 당신에게 하듯이 작당해서 아버지를 변하게 만들었지요." 그들이 누구냐고 묻자 대답했다. "콤바인이에요. 콤바인이 오랜 세월 아버지를 변하게 만들었어요. 한동안은 아버지도 대적할 만큼 몸집이 컸지요. 콤바인은 우리가 검열받은 집에서 살기를 바랐어요. 그리고 우리에게서 폭포를 빼앗으려고 했어요. 부족 중에서도 그들의 스파이가 있었고, 그들은 아버지의 생각을 변화시켰어요. 도시에서 아버지는 골목으로 끌려가 실컷 얻어맞기도 했어요. 한번은 머리를 짧게 삭발당한 적도 있었어요. 아아, 콤바인은 커요, 굉장히 커요. --- 콤바인이 아버지를 완전히 쓸모없게 만들어버린 거예요. 누구든 콤바인에게 붙들리면 항복하고 말아요. 당신도 그렇게 될 거예요. 그들은 아버지처럼 커다란 인간을 그냥 두지 않아요. 반드시 콤바인의 일원으로 만들어버려요. 당신도 곧 알거예요. --- 큰 인간이 될 기미가 보이면 곧 일에 착수하여 작은 인간으로 남아있는 동안 더러운 기계를 장치해요. 그래서 완전히 변할 때까지 계속 작동하죠." (정회성,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347~35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