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

倩人扶

검하객 2018. 5. 30. 11:31

 

   최씨집 여인은 우연히 담장 안으로 자기를 엿본, 아니 실상은 그 이전부터 잘 알고 있던, 이생을 선택하여 자기 사람으로 만든다. 하지만 저녁마다 외출하여 새벽에 돌아오는 아들의 행적을 이상하게 생각한 이생의 아버지는, 아들을 강제로 내쫓는다. 여인은 하염없이 이생을 기다리다가 사정을 알고는 병들어 눕는다. 여인의 아버지는 사정을 알고 이생의 집에 중매를 넣어 혼사가 이루어진다. 이 소식을 들은 여인은 기운을 차려 병석에서 일어나 머리를 매만지고는 시 한 수를 읊는다.     


    세상 인연 호오가 뒤바뀌나니          惡因緣是好因緣

우리  다짐 끝내는 이루어졌네          盟語終須到底圓

언제나 사슴 수레 함께 끌려나          共輓鹿車何日是

아이 잡고 일어나 머리를 매만지네   倩人扶起理花鈿

마지막 구절을 어떻게 번역할까 고심하면서 사례를 찾아보았다. 당나라 말기인 9세기에 살았던 陸龜蒙의 <皮日休의 '春夕酒醒 시에 화답하다 和襲美春夕酒醒>에 처음 쓰인 것으로 보인다.


    몇 해 일 없이 강호를 떠돌다가           幾年無事傍江湖

황공 옛 술집에서 취하여 쓰러졌네      醉倒黃公舊酒壚

깨어보니 어느새 보름달 돋았는데       覺後不知明月上

온몸엔 꽃 그림자 사람 불러 일어났지 滿身花影倩人扶


  黃公舊酒壚는 죽림칠현 중의 완적과 혜강 등이 술을 마시던 곳이다. (세설신어, 傷逝) 倩人扶는 고주망태가 되어 몸을 가눌 수 없어, 사람을 불러 부축하게 한다는 뜻인데, 그 느낌을 살려 번역하기가 쉽지 않다. 이때 '倩'은 '請'의 뜻으로 사용된 것이다. 그 뒤 11세기 북송시대의 晏幾道가 <虞美人, 疎梅月下歌金縷>라는 詞에서 이 구절을 원용했다. "醉倒滿身花影, 倩人扶."  

   육구몽의 시로는 이밖에 <別離>가 널리 알려진 듯하다. 공명에 뜻을 둔 장사의 기개를 읊은 것인데, 이제라도 공명에 뜻을 두어볼거나! 아서라 말자, 이별 자리에서 한웅큼 눈물 뿌리고 말지 ~


   장부라고 눈물이 없을까마는      丈夫非無淚

헤어지며 뿌리진 아니 한다네     不灑離別間

검 집고 술잔을 앞에 두고서       杖劍對尊酒

떠나는 이 표정 짓기 부끄러우니 恥爲遊子顏

살모사에 손을 물리면                蝮蛇一螫手

장사는  팔을 잘라낸다지            壯士即解腕

공명에 큰뜻을 두었으니             所志在功名

이별이 뭐가 대수런가                離別何足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