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5월의 12시, 인문대와 자연대 사이 화단의 느티나무 그늘 아래, 자연대 내장 공사를 하는 아주머니들이 둘러 앉아 점심을 먹는다. 나는 한참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한나절의 노동으로 허기진 배를 맛있게 채우는, 다 먹고 나면 30분 정도의 휴식이 기다리는, 중년 여인들의 관록과 여유와 힘과 한숨이 뿜어져 나오는 자리이다. 저 장면을 내 폴더폰으로 담는 것은 어림없는 짓이다. 한참을 더 바라보다가 장면을 통째로 내 몸에 저장하기로 했다. 내 가슴에 저장된 장면과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 사이에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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