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일상에서 글의 소통 기능

검하객 2014. 8. 13. 14:13

 

  작은 아이가 자꾸 창문을 닫길래 왜 그러냐고 했더니 담배연기가 들어온다는 것이었다. 고심 끝에 몇 글자를 적어 엘리베이터 게시판에 붙였다.

 

  존경하는 107동 3,4라인 이웃님들, 언제나 평안하고 하시는 일 순조롭기를 빕니다. 저희는 ****호 %%네입니다. 이웃님들게 간곡하게 부탁드릴 일이 있습니다. 요즘 무더위에도, 담배 연기 들어온다고 집의 작은 아이가 베란다 문을 닫고 덥다며 툴툴거립니다. 담배연기가 들어온다는 겁니다. 베란다에서 피우는 담배맛의 치명적인 유혹(^^")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웃에 대한 작은 배려의 차원에서 베란다 흡연을 참아주십시오. 우리 이웃님들 만사 형통하고 공덕이 무량하기를 기원합니다 ~ ♩♪♬

 

 한 1주일 붙어있었나, 그로부터 담배연기가 거의 들어오지 않는다. "어때요, 이젠 괜찮아요?"라고 물어보거나, 농담삼아 아이한테 "아저씬 아니다."라고 말해주는 이웃들이 있다.  누군가 지었고, 또 누군가 읽었으며, 그래서 서로 기분 나쁘지 않게 원하는 것을 얻었다. 글은 이런 것이다. 세상을 움직이거나, 책으로 수만 권이 팔려야만 하는 것이 아니다.

 

 아이가 빈 집에 혼자 들어올 상황을 만들어놓고 나갈 때는 아무래도 미안하고 불안하다. 포스트잇에 몇 글자를 적어 문을 열고 들어오면 잘 보이는 곳에 붙여놓았다.

 

  움, 소년 장부의 씩씩한 마음! 

 

 2주일이 넘게 지났는데도 이 종이는 여전히 붙어있다. 아이가 집에 들어올 때 이 글에서 아빠의 따스한 마음과 격려를 느끼면 좋겠다.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壁書의 전통과 엘리베이터 통신  (0) 2014.08.21
아주 오랜만에   (0) 2014.08.21
적토마  (0) 2014.08.13
원적산 천덕봉   (0) 2014.08.10
수사권과 기소권을 보장한 세월호 특별법을 제정하라.  (0) 2014.0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