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세요, 당신은 왜 고개를 숙이고 있나요? 혹한의 긴 겨울을 몇 번이나 났기 때문인가, 나이 어린 자작나무의 목소리가 어른스러웠다. 생각을 하기 위해서란다, 생각은 낮고 어두운 곳에 흐르거든. 대답을 해놓고도 무언가 겸연쩍었다. 난 한 번도 고개를 숙인 적이 없어요, 이 자리를 떠나본 적도 없지요. 머뭇댐 없는 소년의 대답이 내 머리에 길을 내고 지나가는 듯했다. 그렇구나, 왠지 미안해져 몸에 손을 대었다. 따뜻해요, 당신의 몸에 뜨거운 물이 흐르는군요, 느낌이 좋아요. 너의 몸에도 쉴새없이 물이 오르내리는구나. 우리는 말없이 한참을 그렇게 서로의 몸에 흐르는 물소리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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