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범의 "화산도"에는 제주 음식에 대한 맛깔난 묘사가 많은데, 술로는 좁쌀 청주가 자주 나온다. 이 술은 대개 음식과 함께 나오니 글만 읽어도 군침이 돌며 입만이 살아난다. (이호철, 김석희 역, 실천문학사)
두 사람은 상대방의 잔에 술을 따랐다. 이 지방 특산인 좁쌀청주다. 일제시대부터 밀조되어 왔기 때문에 도둑술이라고도 부르는데, 그 걸쭉하고 시원한 맛은 좀처럼 잊기 어렵다. 돼지고기 편육에는(어린애 손바닥만한 돼지고기를 알맞게 익은 김치에 싸서 한 번에 입에 틀어넣는다) 고구마소주도 좋지만, 뭐니 뭐니 해도 좁쌀청주가 최고다. (1책 150쪽)
마늘과 풋고추를 넣은 생선조림의 달콤새콤한 냄새와 어리굴젓 등의 젓갈 냄새가 흘러들어왔다. 좁쌀청주 냄새를 풍기는 주전자가 상에 올라 있다. … 밥상 옆에는 죽 그릇이 얹힌 쟁반이 놓여 있었다. 하얀 사발에 담긴 전복죽 표면에서 뜨거운 김과 함께 향긋한 냄새가 피어오른다. 약간 섞인 참기름의, 무어라 말할 수 없는 고소한 냄새가 죽 전체의 향기를 더한층 돋우어준다. (3책 29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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