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먹으며 무심코 TV를 틀었는데, <사람과 사람들>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양하'라는 소리가 들렸다. 제주도에서 푸드트럭을 운영하는 청년이 고창 산속으로 요리 선생을 찾아갔는데, 이 마스터가 만들고 맛보게 해준 음식이 양아 장아찌였다. 김시습은 경주 시절 이 양하 나물과 장아찌 맛이 꽤나 인상적이었던 모양인데, 나는 이걸 맛보기는커녕 듣도 보도 못했으니 시의 의미가 살아날 까닭이 없다. 조만간 남산 천룡사 터 옆 식당에 들르게 되면, 미리 주인 아주머니에게 이 양하 장아찌를 부탁해놓아야겠다. 아래 시의 제목은 <양하>이다.
봄 앞에는 줄기 여려 그대로 먹기 좋고 春前莖嫩堪爲茹
가을 뒤론 뿌리 살져 장아치 마침 맞네 秋後根肥可作菹
향긋하고 짙은 맛을 아는 사람 없으니 色味香濃人不觧
산에 살던 주옹도 이 풍미는 몰랐으리 周顒曾亦未逢渠
양하는 생강과의 식물로, 줄기는 무쳐 먹고 뿌리는 절여 먹는다. 약재로도 쓰이며 우리나라 남부 지방에 자란다. 주옹(周顒)은 남북조 시대의 인물로 불교에 조예가 깊었으며, 청정한 생활을 즐겨 오랫동안 소식(素食)을 했으며, 처자와 떨어져 산중에서 생활했다. 위장군(衛將軍) 왕검(王儉)이 산속에서 무얼 먹느냐고 묻자, “붉은 빛 도는 쌀에 흰 소금, 赤米白鹽, 綠葵紫蓼.”라고 대답했다. 어떤 채소가 제일 맛있냐는 문혜태자(文惠太子)의 물음에는, “이른 봄에는 부추요, 늦가을에는 배추 春初早韭,秋末晚菘.”라고 대답했다.
아래 사진은 다음 백과사전 (http://100.daum.net/encyclopedia/view/68XX1190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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