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음식

讀剪燈 7, 강가 객점의 소녀

검하객 2018. 4. 8. 21:05


渭塘奇遇記

 

至順 연간(1330~1333), 인물과 집안 모두 좋은 남경의 20살 왕생, 松江 전장에 세금 거두러 왔다가 귀로에 渭塘에 이르러 長江 가의 풍광 수려한 객점[酒肆]에 들러 술을 마셨다. 객점의 풍광도 풍광이려니와, 그 음식이 먹음직스러워 입맛을 다시게 한다.

  

큰 앞발 게를 쪼개놓고, 비단 비늘 농어를 회쳐놓았다. 잘 익은 금귤 감귤에 연당의 연근, 松坡의 밤을 갖췄다. 꽃무늬 자기 잔으로 真珠紅酒를 따라 마셨다.

  

객점 주인도 제법 부자였다. 그의 딸은 열여덟 살이었는데, 음률이며 문자도 알아 태도가 예사롭지 않았다. 왕생을 훔쳐보다가 슬쩍 얼굴을 내밀고는, 짐짓 그 앞을 오가며 마음을 흘렸다. 왕생도 마음이 쏠려 두 사람은 눈짓만으로 이미 친숙해졌다. 술을 다 마시자 왕생은 못내 아쉬운 마음으로 배에 올랐는데 마치 무언가를 잃은 듯했다. [怏怏登舟, 如有所失]

이날 밤 왕생은 꿈속에서 그 객점을 찾아가, 여인의 방에 이르렀다. (重門 안 여인의 閨房 풍경 / * 춘향의 방) 여인은 왕생의 손을 잡고 방으로 들어가 마음껏 즐기고 함께 잤다. [極其歡謔, 會宿於寢] 새벽에 깨어보니 배의 봉창 아래 누워있었다. 이로부터 저녁이면 찾아갔다. 어느 날엔 情表(또는 信物)로 가락지와 부채 손잡이 장식[扇墜, shànzhuì]을 주고받았는데, 깨어보니 가락지는 손에 있고 부채 손잡이 장식은 없어졌다.

이듬해 다시 세금을 거두러 갔다가 그 객점에 들르니, 주인이 몹시 기뻐하며 안으로 끌어들였다. 왕생이 영문을 몰라 멈칫거리자, 주인은 그간 딸이 상사병(?)으로 앓아누웠다가 어제 저녁 낭군이 올 거라말을 했다고 했다. 왕생이 들어가 보니 집의 모양이며 방의 장식물, 그리고 겪은 일들이 모두 꿈의 내용과 똑같았다. 모두 크게 놀라 神契라 여겼다.

둘이 부부가 되어 偕老했다.

<!--[if !supportEmptyParas]--> <!--[endif]-->

渭堂常州鎭江의 경계라고 했다. 蘇州渭塘區는 아니다. 상해에 있었다는 연못도 아니다. 이 자리를 찾아 문 양쪽 기둥에 각각 千年奇遇", "萬里神契”라 써 붙이고,荷緣紅酒樓라는 객점을 내고 싶다. 천 년 전에 헤어진 여인을 만나고, 만 리 먼 곳에 있는 인연을 찾는 곳이라는 광고와 함께. 기본 상차림으로는, "큰 앞발 게, 비단 비늘 농어회쳐,  잘 익은 금귤 감귤, 연당의 연근 무침, 松坡의 밤, 真珠紅酒"가 좋겠다.



<!--[if !supportEmptyParas]--> <!--[endif]-->



'문학과 음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화산도의 음식들  (0) 2018.05.31
평양냉면, 미역국, 삶은 감자와 <소금> (강경애)  (1) 2018.05.31
제주도 좁쌀 청주  (0) 2017.06.25
양하(蘘荷)  (0) 2015.10.01
음식과 영혼  (0) 2015.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