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널리 보아야 한다. 먼저 널리 읽어야 한다. 천 곡의 음악을 듣고, 천 자루의 칼을 보고, 천 권의 소설을 보고, 천 종의 포도주를 맛보고, 천 번의 축구 경기를 보면, 아마도 보통 정도의 자질을 갖춘 이라면 눈이 트일 것이다.
지음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마음은 정말로 알기 어려우니, 마음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기 어려운 것이다. 지음을 만나는 것은 천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이다. 예로부터 知音은 동시대 사람을 우습게 보고 옛 사람만을 그리워했다. 이른바 “날로 앞에 나아가도 알아보지 못하고, 먼 곳의 소리를 듣고 그리워한다.”1) 함이 그것이다. 옛날 「儲說」이 처음 나오고 「子虛賦」가 지어지자 진시황과 한무제가 같은 시대가 아님을 안타까워했다. 같은 시대 사람으로 밝혀진 뒤 韓非는 갇혔고 사마상여는 무시되었으니2) 동시대 사람을 천하게 여기는 분명한 증거가 아니겠는가! …… 천 곡조를 타 본 뒤에야 소리를 알게 되고, 천 개의 칼을 살핀 뒤에야 그릇을 분별할 수 있다. 그러므로 원만하게 두루 비추는 능력을 얻기 위해서는 먼저 博觀에 힘써야 한다. 높은 산을 두루 봄으로써 개미두둑을 그려낼 수 있고, 너른 물결을 헤아림으로써 도랑물을 깨달을 수 있다. 경중을 잼에 사사로움이 없고, 개인 감정에 치우치지 않은 뒤에야 저울처럼 공평하게 평가하고 거울이 밝게 비추듯 말할 수 있다. …… 문장을 엮는 사람은 그 마음이 움직여 글에 드러나기 때문에, 문장을 살피는 사람은 글을 헤쳐 마음으로 들어간다. 물결을 거슬러 근원을 찾으면 아무리 깊은 것이라도 드러나게 된다. 세월이 멀어 그 사람의 얼굴을 보지는 못하지만, 문장을 살피면 그 마음은 알게 된다. 문장이 깊은들 얼마나 깊으랴. 비춰 앎이 얕음을 근심할 뿐이다. 뜻이 산수에 있으면 거문고는 그 마음을 드러내게 되어 있으니, 하물며 붓끝에 드러난다면 이치상 어디로 숨겠는가! 그러므로 마음이 결을 비춤은 눈이 형체를 비춤으로 비유할 수 있다. 눈이 밝으면 분명하지 않은 형체가 없듯이, 마음이 총명하면 이르지 못할 결이 없다.
知音其難哉! 音實難知, 知實難逢, 逢其知音, 千載其一乎! 夫古來知音, 多賤同而思古, 所謂日進前而不御, 遙聞聲而相思也. 昔儲說始出, 子虛初成, 秦皇漢武, 恨不同時. 旣同時矣, 則韓囚而馬輕, 豈不明鑒同時之賤哉! …… 凡操千曲而後曉聲, 觀千劍而後識器 ; 故圓照之象, 務先博觀. 閱喬岳以形培塿, 酌滄波以喩畎澮. 無私於輕重, 不偏於憎愛, 然後能平理若衡, 照辭如鏡矣. …… 夫綴文者情動而辭發, 觀文者披文以入情, 沿波討源, 雖幽必顯. 世遠莫見其面, 覘文輒見其心. 豈成篇之足深, 患識照之自淺耳. 夫志在山水, 琴表其情, 況形之筆端, 理將焉匿. 故心之照理, 譬目之照形, 目瞭則形無不分, 心敏則理無不達. (유협,문심조룡, 지음)
1) 『鬼谷子』, 「內楗篇」. "日進前而不御, 遙聞聲而相思也."
2) 진시황은 한비가 지은 「孤憤」, 「五蠹」를 보고는 “아, 과인이 이 사람을 얻어 함께 노닐 수만 있다면 죽어도 한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韓나라를 공격했다. 한나라에서는 韓非를 사신으로 보냈다. 李斯 등이 그를 가둔 뒤 독살했다.“ (『사기』, 「한비전」) 한무제는 「자허부」를 읽고 “짐이 이 사람과 같은 시대에 태어나지 못했구나!”라고 탄식했다. 당대 사람임을 알아 불러 보고는 ….'시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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