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린 북국에서 만난 나비 세 마리 아직 눈 쌓인 북국에서 만난 나비 세 마리 詩 (1964) / 김수영 信仰이 動하지 않는 건지 動하지 않는 게 信仰인지 모르겠다 나비야 우리 방으로 가자 어제의 詩를 다시 쓰러 가자 나비의 여행 / 정한모 아가는 밤마다 길을 떠난다 하늘하늘 밤의 어둠을 흔들면서 수면(睡眠)의 강을 건너 빛 .. 목단강 편지 2016.03.07
이별 속으로 그려보면 될 법도 하고 어찌 그럴까 싶기도 하다. 무심한 듯 애써 담담하고, 단호하게 평온하다. 간을 안 친 음식처럼 심심하고, 터지기 직전의 화산처럼 고요하다. 눈을 맞추지 않고 말을 아낀다. 눈빛이 조금이라도 떨리면 장마에 둑 터지듯 물이 넘치고, 소금을 치는 순간 음식.. 목단강 편지 2016.03.07
세상의 층위 ​비행기 차창 밖으로 하얀 운해가 끝이 없다. 인류는 우주의 층위를 상상해왔다. 보통 천상과 지상과 지하를 그렸고, 하늘이 33개라는 설도 있었다. 하지만 세상에 그런 층위는 없고, 지식의 층위가 있을 뿐이다. 1780년의 심양에서 광녕 사이 여정을 정리하며, 연암은 기막힌 생각을 떠.. 목단강 편지 2016.03.07
분향단좌 6시에 학교 반 바퀴를 걸으며 주변 정황을 살펴보고 토마토(西红柿 [xīhóngshì)를 조금 사서 돌아왔다. 길은 모두 어제 내린 눈으로 얼어붙었지만 날씨는 과히 춥지 않았다. 방의 청소 상태가 엉망이다. 어제는 경황이 없었지만 몇 달이나 묵을 방의 침대와 책상 아래 자욱.. 목단강 편지 2016.03.07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카톡은 날아가고 블로그는 차단되다 두 날개 모두 부러진 셈이다. 이럴 때 쓰라고 시인이 한 구절을 남겼다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어제 저녁을 먹으며 나는 중얼거렸다. 폰을 잃고 나는 마시네. 100년 전 이곳에 처음 발을 디딘 조선인들의 가슴속에 묻힌 말도 있다. 고향을 잃고 나는 우.. 목단강 편지 2016.03.07
목단강 입성기 인천 공항에는 예기치 않게 황인건 강동우 두 선생이 배웅을 나와 황송했다. 만감의 교차 속에 목단강에 도착하자마자 전화기를 분실했다. 착륙 직전 사진을 몇 장 찍고, 급히 몇 글자를 메모했는데 그 사이 착륙하면서 좌석 위의 옷이 떨어졌는데 아마 그 위에 있던 전화기가 달아난 모.. 목단강 편지 2016.0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