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딱 맞는 말을 쓰지 않으면 크거나 작은 옷을 입은 것처럼 밀착감이 들지 않는다. <홍길동전의 서사지형도>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한 적이 있다. 제목에서 실수다. '서사지형도' 대신 '서사형질'이란 말을 썼어야 했다. 목단강 편지 2016.07.03
목단강을 떠나며 (7.2) 잘 있으란 인사도 하지 못하고 다시 온단 약속도 하지 못한 채 발이 굳어 손만 흔들던 자작나무 등 뒤에 두고 떠나가던 사람들처럼 목단강 편지 2016.07.03
上車餃子下車面 (6.30) 무단장에 처음 왔을 때는 환영하는 국수를 먹었고, 오늘은 떠난다고 餃子를 먹었다. 북방 풍속이란다. 아래는 모두 같은 뜻이다. 上马饺子下马面 送客餃子迎客面 出門餃子回家面 上馬餃子下馬面 무슨 뜻인가 궁금하여 찾아보았는데, 여러 추측이 있지만 속 시원한 해석은 보.. 목단강 편지 2016.07.03
잘한 일(6.30) 무단장에서 넉 달 생활하는 동안에 가장 잘한 건, 책을 읽지 않은 것이다. 읽지 않으니 오독도 없다. 無讀無誤讀이랄까! 우리 사회에서 습관적으로 쓰는 말 중에 몹시 거슬리는 게 있다. 하나는 스승과 제자, 특히 프로구단의 감독과 선수 사이를 '스승과 제자'로 호칭하는 것. 우리는 '스.. 목단강 편지 2016.07.03
無味之味 (6.30) 이런 어법이 있다. 無用之用, 無聲之聲, 無事之事, 無色之色, 無言之言, 無樂之樂. 산처럼 솟는 파도, 바다처럼 일렁이는 산, 혀를 유혹하는 달콤함, 자극적인 묘사와 눈부신 색상 같은, 아기자기하고 자극적이고 강렬하고 다채로운 맛을 잃었거나, 그 맛에 지치면 심심하고 슴슴한 無味之.. 목단강 편지 2016.07.03
팔 물건이 없음 (6.30) 인생은 거래이다. 주고받는 것이다. 물건을 주고받고, 마음을 주고받는다. 돈으로 셈을 하고, 때로는 그 셈이 보이지 않는다. 교육, 종교, 아니 그런 건 없다. 거래 과정과 표지를 은폐하고 있거나, 다른 것으로 포장하고 있을 뿐이다. 강의와 저술, 다를 게 없다. 고상하고 우아하게 보이지.. 목단강 편지 2016.07.03
흑룡강 참새, 흑룡강 송사리 (6.30) '黑龍江'이란 이름은 센 느낌을 준다. 용도 상상 속의 신통한 동물이거니와, 검은 색은 거기에 강렬함을 더해준다. 흑룡강은 몽골과 중국과 러시아의 국경을 이루는 하천으로, 몽골과 러시아에서는 각각 하라무와 아무르라 부른다. 중국과 러시아의 경계로 3000km, 러시아 땅에서만 1400km를 흐르는 거대한 물줄기이다. 물에 부식질이 많아 검은 색을 띠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遼史』에 처음 보인다. 清初에는 사하리얜오라(薩哈連烏拉)라고 했는데, 만주어로 薩哈連은 검다는 뜻이다. 烏拉는 강이고. 清代에는 또 烏江、烏龍江이라고도 하였다. 흑룡강이란 명칭에 대해서는 학자의 고증이 있었다. 遼初 太祖는 “黑龍” 두 글자로 많은 이름을 지었다. 祖州의 太祖廟를 “黑龍”이라 했고, 태조의 무덤.. 목단강 편지 2016.07.03
자가불화합성( 自家不和合性, self-incompatibility) 자웅동주화(雌雄同株花)에서 양성(兩性)의 생식기관이 동시에 성숙함에도 불구하고 불화합성이고, 수분하더라도 화분이 발아하지 못하고, 화분관이 암술대로 침입하지 못하며, 화분관의 생장속도 저하 또는 정지 때문에 수정이 정상적으로 일어나지 않는 현상. 같은 꽃이 아닌 같은 그.. 목단강 편지 2016.07.03
뉴스 본문 메시 향한 어느 팬의 편지, 아르헨이 울다 (골닷컴, 6.29) 아르헨티나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리오넬 메시에게 결정을 번복해달라는 자국민들의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어느 학교 선생님이 그에게 보낸 편지가 화제가 되고 있다. 메시는 최근 미대륙 최강자를 가리는 코파 아메리카 센테나리오 결승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칠레에 패한 후 아르헨.. 목단강 편지 2016.07.03
금매와 圍城 (6.27) 어제 금매가 선물이라며, 책 한 권을 건네준다. 아니 이 녀석, 책은 선생이 학생에게 공부하라고 주는 거지, 학생이 선생에게 주는 법이 어디 있나? 괘씸하지만, 그렇다고 선물 받으며 시비를 가릴 수는 없는 일이다. 중문으로 된, 錢鍾書(1910~1998)의 소설 <圍城>이다. 거기에 또 중문? .. 목단강 편지 2016.07.03